
Sae-ahm KIM X Seungyon KIM
Life & Death
2025년 10월 22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의미.
기술문명과 인공지능이 우리 곁에 점점 더 깊이 스며드는 오늘, 인간의 가치는 무엇이며, 인간다움은 어디에 깃들어 있을까요. 지금 이 시대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랜 시간,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을 주제로 탐구해온 두 젊은 작곡가 —김새암과 김승연. 두 작곡가의 시선을 따라 삶을 다시 살아 숨쉬게 하는 새로운 생명력을 마주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생명력과 자연이라는 본질이 담긴, 그 장엄한 세계를 향해 깊은 시선을 던지는 김새암의 작품은 자연의 순환하는 시간과 호흡을 음악을 통해 온 몸으로 숨쉬게 합니다. 시간의 반복과 순환, 흐름으로 그려진 그의 음악은 소리의 움직임을 통해 생명의 활기와 존재의 움직임을 비추고, 침묵의 고요 속에서 존재의 근원을 더듬어 나갑니다.
반면 김승연의 음악은 삶과 생명의 심연을 감싸는, 언어로는 다 헤아릴 수 없는 무언가를 다룹니다. 차갑지만 투명한 울림 속에 생의 조건과 연약함은 드러나고, 그 가운데서 삶의 흔적이 가만히 스며납니다. 그의 음악은 고요함 속에서 살아나는 섬세한 숨결처럼, 한없는 여운을 남기며 노래합니다. 인간 존재의 여정을 기록해온 소나타 시리즈,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담시(譚詩) 시리즈가 이번 무대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공연은 형언할 수 없는 소리의 향연 속에서, 우리 존재의 의미와 인간적 가치를 성찰하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음악과 사색이 어우러지는 순간 속에서, 우리의 자신과 삶, 생명과 죽음을 마주하며, 삶을 새롭게 체험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Program
김새암
<Fons Lucis> for flute, clarinet, violin, cello & piano (2025) (WP)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빛의 근원>
cond. 정헌 fl. 승경훈 cl. 정성윤 vn. 박동석 vc. 신예은 pf. 손지혜
김새암
<Intermundia - Meditatio de Morte> for horn trio (2025) (WP)
호른 트리오를 위한 <두 세계 사이의 공간 - 죽음에 대한 명상>
hn. 유선경 vn. 독고영 pf. 박강준
김승연
<Ink-Black Reflection> for bandoneon, violin & violoncello (2025) (WP)
반도네온,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수묵단상>
bnd. 김종완 vn. 김아람 vc. 안수빈
김승연
<Ballade: Korea> for piano (2025) (WP)
피아노를 위한 <담시: 한국>
pf. 이영주
김승연
<Intermezzo No.2> for piano (2025) (WP)
피아노를 위한 <간주곡 제 2번>
pf. 윤정은
intermission
김새암
<Dance Painting Moonlight> for fl, & pf. (2025) (WP)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달빛을 그리는 춤>
fl. 승경훈 pf. 윤정은
김승연
<Flute Sonata No.1 Epiphany> (2025) (WP)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현현(顯現)>
fl. 승경훈 pf. 윤정은
김새암
<Danse Vitale> for flute, clarinet, violin, cello & piano (2025) (WP)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생명의 춤>
cond. 정헌 fl. 승경훈 cl. 정성윤 vn. 박동석 vc. 신예은 pf. 손지혜
작곡가 김승연은 감각과 이미지, 움직임과 시간, 구조와 의미, 추상과 체험 같은 서로 다른 요소들을 탐구해 음악 안에서 세심하게 엮어내는 예술가다. 그는 구체적인 경험과 감각, 그리고 추상적 이해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삶의 변화와 움직임, 생각의 구조와 인식의 변화를 음악적 언어로 구현한다.
김승연의 작품에서 선율, 리듬, 화음은 각기 다른 결을 지닌 채, 차이와 긴장, 마주침과 충돌 속에서 변화한다. <여섯 가지 사소한 것들 Six Bagatelles>(2008)과 <빛으로 만들기 Luxification>(2011) 같은 초기작품에서 그는 작은 울림과 찰나의 순간이 쌓이며 만들어내는 인식의 변화와 어렴풋한 의미의 결을 세심하게 더듬는다. 이런 다층적인 관계와 배치는 마치 ‘가다듬어진 시간의 정원’을 걷는 듯, 삶의 조각들이 새롭게 배열될 때마다 새로운 시각과 이해가 태어나는 체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의 음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온전히 체험해야만 알 수 있는 삶의 전체를 조명하고 체감하고자 하는 시도가 담겨 있다.
작품 속의 시간 또한—삶의 시간과 우리의 인식이 그러하듯—단순히 일직선 위에서만 흐르지 않는다. 현재의 순간은 기억이라는 과거에 뿌리를 내리고, 오래된 기억은 지금의 순간에 다시 펼쳐지며 미래라는 빈 공간을 향해 예감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엮여진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단순한 소리의 전개라기보다는, 존재와 삶에 대한 유비로서의 시적 언어를 형성한다. 그의 언어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히는 장면과 감각, 그리고 우리가 우리 인식의 깊이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어렴풋한 순간들을 조용히 추상화하며, 음악을 존재론적 체험과 사유의 장으로 만든다. 이로써 그의 작품은 우리의 삶에서 스쳐지나간 순간들이 우리의 인식 한계를 넘어 깊고 복합적인 의미를 생성하는 과정을 다시 체험하는 공간이 된다.
최근 소나티네–소나타 시리즈에서 그는 악기의 고유한 목소리를 통하여, 삶의 시간이 모노드라마처럼 주체와 타자, 안과 밖을 함께 바라보고 느끼는 체험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미세한 음악적 요소들은 서로 얽혀 네트워크를 이루고, 감각과 이미지, 추상이 겹치고 흐르는 사이에 차이와 반복, 예감과 변화가 자연스레 새겨진다. 이렇게 엮인 음악 속의 시간은, 조화와 긴장 속에서 삶의 의미가 조용히 쌓여가는 방식을 은유처럼 보여준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가운데,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 그리고 관계와 의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김승연의 음악은 인간적인 삶의 시간과 의식, 존재의 깊은 울림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은 기계적 예측과 계산을 넘어 삶에 대한 다층적인 체감을 통하여, 존재와 의미, 관계와 만남이라는 오래된 질문들을 현재의 생동감 있는 체험으로 되살리는 예술적 공간이 되어준다.
김새암은 소리의 본질과 그 생명력을 탐구하며 음악 세계를 확장해온 작곡가이다. 피아노를 통해 음악에 입문한 그는 생명이 가진 에너지와 자연의 흐름을 포착하여 소리에 생명력을 담아내는 데 주력해왔다.
서울대학교에서 작곡가 이신우를 사사하며 작곡을 전공하였고, 이후 Universität Mozarteum에서의 심화 과정을 통해 음악적 시야를 넓혔다. 또한 Michael Finnissy, Younghi Pagh-Paan, Richard Danielpour, Reinhard Febel, Sven-David Sandström, Unsuk Chin 등 세계적인 작곡가들과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다양한 미학적 관점과 음악 언어를 접하며 예술적 시야를 넓혔다.
현악 4중주곡 <Sonority>를 기점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13년 London Ear Festival에서 Special Commendation을 받았고, <Danse Macabre>로 Pablo Casals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며 “악기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명료한 구성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2016년 오스트리아 KulturKontakt AUSTRIA 상주작곡가, 2017년 Korean Chamber Orchestra 상주작곡가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김새암의 음악에서는 반복과 순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호흡을 통해 생명의 힘과 에너지가 드러난다. 그의 대표작 “빛” 시리즈 — 빛의 춤 Danse de Lumière, 빛으로 채우는 시간 Un temps plein de lumière, 빛과 그림자 사이 Entre ombres et lumière, 빛의 감각 Touch of Light 등 — 에서는 생명력의 다양한 양상이 소리의 운동과 색채를 통해 형상화된다. 2024년 《이신우의 가지 않은 길 II — 달항아리를 위한 시》에서 발표된 〈월하풍류 Moonglass Waterpour〉는 한국적 정서와 생명 인식을 바탕으로 ‘다시 살아 숨쉬는 자연의 생명력’을 드러내며 그의 음악 세계를 한층 확장하였다. 이어 2025년 APS Symphonia에서 발표된 오케스트라 신작 〈새로운 노래 Cantus Novus〉에서는 갈등과 분열이 아닌 ‘다양성이 어우러지며 나아가는 생명의 힘’을 조명하였다.
이처럼 김새암은 빛과 생명에 천착하여 생명적 울림,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힘과 움직임, 그리고 자연의 순환과 회복력을 탐구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새로운 음향적 실험이나 미감적 탐구를 넘어, 존재를 다시 호흡하게 하는 소리의 힘을 드러내며, 오늘의 청중에게 삶을 살아나가는 생명력을 선사한다.
그의 작품은 Ensemble InterContemporain, Korean Chamber Orchestra, APS Symphonia를 비롯해 Ensemble Calliopée, Ensemble Reconsil, Zahir Ensemble 등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단체에 의해 연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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